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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혀를 내밀어 우리는 사랑을 약조했다

사랑의 둘레는 늘 축축하다

 

첫날에는 안개를 부르고

둘째 날 동편 뜰에 꽃을 풀어

축축한 홍매화 가지를

셋째 날 이승 밖으로 내밀기도 했다

세 번 절하고 세 번 운다

울어도 눈물이 흐르지 않을 때 살아있어도 귀신이다

입이 썩고 손이 썩어

당신은 안아줄 몸이 없는 정인(情人)

 

칠일을 꼬박 앓은 눈으로 읽는

매화는 분홍빛 곡조로 핀다

아픈 계절은 어떻게 분홍으로 깃드는지

사람이 사람에게 첫 마음으로 스며드는지

곰팡이 핀 눈동자

젖은 발목으로 가지 끝까지 걸어온

 

봄꽃이 피면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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