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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이 가물자 말문이 트이게 되었다.

고요를 흥청망청 쏟으며 마음을 읽으려고 했던 날도 있었다.

가끔은 우울하냐는 질문이 새삼스럽고,

슬픔은 남몰래 귀신 같이 내 몸을 빌려 청승을 떨었다.

종이 위로 첨언하는 나는 지나치게 인간다워서 인간이 되려고 한다.

자기 몸을 돌보게 되었고, 좀먹어가는 곳은 애써 손대지 않는다.

살면서 닳게 된 부분과 손쓸 수 없이 딱딱해진 부분이 닿을 때, 쓴다.

쓰는 손은 차갑고 차가운 손을 응시하는 것은 아마 따뜻함의 곤욕스러움을 잘 아는 것일 것.

나는 다정함을 벌칙으로 살고 있다.

나는 나의 슬픔을 비틀더라도 양보다 크게 울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자주 웃음이 나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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