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아닌데 예전에 좋았던 글을 보아서 일단 메모겸 겸사겸사 기록.
"내가 부업으로 노인대학에서 9년동안 댄스강사를 했거든. 거기 학생들이 다 65세 이상이야. 사람이 65년 정도 살았으면 모든 걸 포용하고 배려할 것 같지? 절대 아니야. 자리 하나 두고 '선생님 잘 보이는 앞자리가 내 자린데 왜 당신이 왔냐'며 싸워. 유치원생들처럼... 사람의 껍데기는 틀림없이 나이를 먹지만, 영혼은 그렇지 않아.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건 단지 죽어가기만 하는 과정이어서는 안 돼. 거듭나야해. 더 좋은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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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기 전에 꼭 만났으면 쓰겄는데, 아직 못 만난 사람이 있어. 다른 사람들은 다 보이는데 그 놈은 안 보이네. 50년 전에, 내가 서울로 올라와서 노동일도 하고 별 거 다해먹었을 때 만난 애야. 나한테 '형님형님'하면서 따라다니길래 동생 같이 가깝게 지냈지. 어느날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서울에서 방 얻으라고 논 한 마지기 팔아서 돈을 부쳐줬거든. 돈 찾은 날, 시간이 늦었길래 여관에서 묵었지. 그 동생이랑. 근데, 아이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이놈아가 그 돈을 가져가 버렸어. 논 한 마지기면 얼만 줄 알아? 그게 지금 시세로 치면 1억은 가요, 지금. 그날 차비 한푼이 없어서 세검정에서 미아리 고개까지 걸어갔어. 그 놈 찾을라고. 땅바닥에서 잠까지 잤어요. 돈 한푼이 없어서..."
"만나면 어떻게 하실거예요?"
"이제 돈도 돌려달라고 못 그러잖어. 50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할거야. 때릴 수도 없고 죽일 수도 없고. 예쁘다고 내가 해줄라고."
"예쁘다구요?"
"그래. 나를 참 사람 되게 하려고 니가 그랬구나... 너 잘 먹고 잘 살어. 이제 미워하는 것도 지쳐버렸고, 그 사람 얼굴이나 봤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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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저한테 여기 청계천에서 뭐하냐고 자주 물어봐요. 분위기 좋은 데서 책 읽는게 어색한 시대가 벌써 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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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어렸을 적에 집이 좀 많이 안 좋았어요. 집안이 기울다 보니까, 부모님께서 자주 부부싸움을 하셨어요. 그 때 어머니가 우는 모습을 처음 봤어요. 어린 저였지만, 그걸 보면서 든 생각이 하나 있었어요."
"그게 뭐였나요?"
"사람은 사랑을 받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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