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ide-image

도시의 하늘에 종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종소리는 가까이 다가왔다가
어두운 천궁 위로 폭죽처럼 회오리치며 솟구쳤습니다.
그런 저녁이었습니다.
당신이 반대편 언덕에서 손짓으로 나를 부르던.
만약 당신이 옆에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당신은 우주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으니까요.
그러나 우주의 수수께끼에 대해 골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우주가 우리를 놀라게 해주기를 바라면서.
태양이 작열하는 정오의 하늘 아래
반짝이는 수백 그루의 올리브 나뭇잎들처럼
은하수가 머리 위로 펼쳐지기를 고대하면서.
나는 놀라는 만큼 새로 태어납니다.
당신도 놀라는 만큼 새로 태어날 겁니다.
나는 마지막 종소리가 쨍그랑
달빛에 부딪혀 울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런 저녁이었습니다.
우주, 그것이 하나의 말없는 장소로
머리 위에서 조금씩 넓어지던.
내 곁엔 아무도 없었기에
나는 당신을 손짓으로 불렀습니다.
이미 어둠은 짙고 짙어
당신은 그것을 알아볼 수 없었겠지만.
나는 다만 놀랍도록 새로운 우주 아래
다시 태어나고 싶었습니다.
단지 그것만을 간절히 원했습니다.
당신이 옆에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나는
깜짝 놀라는 당신 흉내를 잘 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