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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만 번 산 고양이』의 마지막과는 달리, 태어난 아이는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겠지. 그리고 한참을 더 살아가겠지. 태어났으니 이제 너무나 상관있게 된 것들을 모조리 느끼면서. 가끔은 또 이렇게 말하겠지. 태어나는 건 피곤한 일이라고.

 오늘은 나 역시 그 말을 내뱉은 하루였어. 태어나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지 뭐야.

 하지만 또 어느 날에는 태어나서 참 좋다고 말하는 날이 또 오게 될 것을 알아. 시인 쉼보르스카가 말했듯 두 번은 없을테니까.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기까지 우리는 모든 일을 꼭 한 번씩만 겪어.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지. 두 번의 똑같은 밤도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어.

 『100만 번 산 고양이』와 『태어난 아이』 사이에서 얻은 힘으로 나는 내일을 맞이할 준비를 해. 사랑할 힘과 살아갈 힘은 사실 같은 말일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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