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손잡기, 권누리
2023. 7. 3. 18:50
너는 나이 든 토끼처럼 누워 있다
마치 잠을 자는 것처럼
하지만 아마 맞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게
새벽이 마룻바닥에 맨발 스치는 소리를 내며
다가오고 네가 눈을 뜨고 나면
나는 세상 모든 색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된다
하지만 어렸을 때 나는 표면으로부터 반사된 빛을 잊기로 약속한 사람인데, 그렇게 하면 반드시 구원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불신하는 것들 틈에 가장 확신할 수 있는 것만
내가 쥔 패 안에 골라 넣었다
갑자기 뒤집어도 놀라지 않도록 그러니까 알아
너는 눈 뜨지 않을 것이다 이 세계로부터 깨어날 수는 있어도 네가 꾸지 않는 꿈이
너를 잡아두고 있다
너는 행복할 것이다 내가 사주한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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